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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임상시험 콘텐츠 공모전 참여수기 부문 수상작
2018년 임상시험 콘텐츠 공모전 참여수기 부문 수상작
2017년 임상시험 콘텐츠 공모전 참여수기 부문 수상작
2016년 임상시험 콘텐츠 공모전 참여수기 부문 수상작
2015년 임상시험 콘텐츠 공모전 참여수기 부문 수상작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임상시험 사랑 콘텐츠 공모전을 개최하여 임상시험의 참된 의의와 가치를 나누고 있습니다. 게재된 작품들은 임상시험 사랑 콘텐츠 공모전의 수상작들로, 소개된 사례나 경험이 전체 임상시험의 결과를 대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는 개발 중인 신약뿐 아니라 대조군에 해당하는 표준치료제 또는 위약만을 처방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수상작 보기
2018 임상시험 콘텐츠 공모전참여수기 부문 우수상 수상작 이윤재님
나와는 상관없는 남들의 이야기
얼마 전부터 소변을 보는데 좀 불편하기에 병원을 찾았다. 미리 예약한 을지대학병원 비뇨기과 앞에서 간호사가 나를 호명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끔씩 간호사와 눈이 마주치자 괜히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흔히 전립선에 문제가 생겨 치료를 받는다면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그런 내용이 방송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비뇨기과 앞에는 나 말고도 환자가 무척 많았기에 창피함은 이내 사라졌다. 그 때 대기실 벽에 붙은 홍보물이 내 눈에 띄었다.
‘전립선질환 임상시험 희망자 모집’
가끔씩 신문을 읽다 보면 임상시험 희망자를 모집하는 광고를 접하곤 했으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무심코 흘려 보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어떻게 사람을 실험대상으로 쓰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어떤 때는 731부대의 마루타를 연상하기도 했으니 나의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간호사의 호명으로 의사와 마주 앉은 나는 그 동안의 증세를 이야기했다. 그러자 의사가 전립선 수지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전립선 수지검사란 한마디로 의사가 손가락으로 항문을 통해 전립선을 만져 그 질감으로 암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의사가 수지검사를 한 후 입을 열었다.
“전립선이 말랑말랑한 것으로 보아 암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PSA검사까지 해보자고 했다. 혈액을 이용한 PSA 검사는 전립선질환을 알려주는 척도로 쓰인다. 검사 결과 나의 PSA는 4.6으로 기준치보다는 좀 높은 편이라고 했다. 의사가 전립선염이 의심된다며 약을 처방해주었다. 처방해 준 약을 먹으며 한 달 이상 병원에 다녔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의사의 말로는 전립선이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소염제나 기타 약의 효과가 그리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치료 효과가 더디기에 며칠 전부터 생각했던 임상시험의 참여를 의사와 함께 상의 했다.
개선된 치료 효과를 위한 임상시험에 참여
“제가 정년퇴직을 해서 시간이 많고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전립선질환 임상시험에 한번 참여했으면 하는데요.”
그러자 의사선생님은 만면에 미소를 띠며 결정을 잘했다며 컴퓨터에 저장된 나의 치료 차트를 자세히 살펴보고 간호사의 안내를 받으라고 했다. 이후 임상시험 동의서를 작성하고 여러 사람이 함께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되었다.
“병원에서 제공한 약을 드시면서 병원에서 오라고 하는 날 오셔서 검사만 받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설문에 응해주시면 되고요.”
그렇게 하여 전립선질환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되었으나 여러 가지 제약조건이 있었으니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괜히 임상시험에 참여를 했나? 만약 부작용이 생겨 건강을 더 해친다면…….’
나는 병원에서 동의서에 사인을 하면서도 마음속으로 걱정을 했다, 또 약을 먹으면서도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신약의 개발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사명감도 있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약에 대한 불신감에 마음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또 지켜야 할 규정이 너무도 많았기에 생활이 무척 불편했다. 병원에서 주는 약을 시간에 맞게 복용하고 술도 먹을 수 없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설문지를 작성하는데 하루에 소변을 보는 회수와 양을 답해야 했고 소변의 속도까지 측정해야 했으니 때론 창피하기도 했다. 이처럼 임상시험에서는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임상시험의 우려를 씻어준 아내의 따끔한 충고
“임상시험에 괜히 참여했나 봐.”
내가 불평을 늘어놓자 아내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기왕에 참여했으니 병원에서 지키라는 일은 잘 지키고, 정확하게 측정하고, 설문에 잘 응해야 해요. 그래야 개발된 신약의 효과를 검증할 수 있고 부작용까지 찾아낼 수 있는 거예요. 또 당신이 성실하게 임상시험에 참여해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것 아니에요?”
아내 말은 맞는 말이었다. 나 한 사람의 잘못된 측정의 오류로 임상시험의 전체를 잘못되게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또 여러 과정을 통해 어렵게 개발된 신약을 마지막 단계에서 나 한 사람 때문에 측정의 오류를 범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성실하게 임했다.
이런 일에 참여하기 전에는 임상시험이라면 사람을 실험용으로 쓴다는 선입견에 그리 호감이 가지 않았었다. 그러나 임상시험은 환자를 대상으로 생체적 실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나온 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해 보는 과정이라고 했다. 또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신약의 효과에 대한 도전자라고 할 수 있었으니 사랑과 사명감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다시 말해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실험용 마루타는 아니라 어쩌면 의약 발전의 선각자라 할 수 있다.
누군가에서는 마지막 희망일수도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가슴 아픈 사연도 있었다. 불치의 환자들은 임상시험을 삶의 마지막 기회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사람들은 임상시험을 한줄기 빛으로 생각하기에 참여한다고 한다. 또 하나 개발된 신약이 있긴 한데 약값이 비싸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어려운 환자들이 때론 임상시험에 의지한다고 한다. 그러니 임상시험을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였던 나는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특히 말기 암 환자로써 생명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임상시험은 마지막 희망일지 모른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말기의 환자들에게는 퇴로가 없다고 한다. 임상시험에 참여하여 새로 개발된 신약이 나의 병과 맞아 떨어진다면 살 수 있는 일이지만 혹시라도 부작용이 생긴다면 치료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의사의 처방으로 복용하는 모든 약품은 이렇듯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람들의 노력과 땀의 제품인 것이다. 그렇기에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신약개발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결코 잘못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전 대학병원의 의사가 처방한 약으로는 내 회음부의 통증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었다. 그런데 임상시험에서 복용한 약은 2주일이 지나자 회음부의 통증이 가라앉았고, 소변줄기도 굵어졌으며, 소변의 속도도 빨라진 것이다. 한마디로 항상 잔뇨감이 상존해 기분이 찝찝했었는데 임상시험 결과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나 한 사람만의 결과가 아니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람 대부분이 증상의 완화를 체험한 것이었다. 더구나 한 달 동안 약을 복용한 후 측정한 나의 PSA는 2,2로 낮아져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모두의 관심, 모두의 참여, 모두의 수고
“그 동안 수고했어요.”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의사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헤어지면서 수고했다고 서로가 서로에게 격려를 해주었다. 모두가 의약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뜻에서……
예로부터 전해오는 말로 병이 있으면 반드시 약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약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임상시험에 참여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신약은 이처럼 여러 단계의 시험을 거쳐 비로소 관련기관의 승인을 받아 시판된다고 한다. 임상시험으로 신약개발의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사명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나 또한 임상시험에 참여해 신약개발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탰다 생각하니 뿌듯한 마음 지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