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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임상시험 콘텐츠 공모전 참여수기 부문 수상작
2015년 임상시험 콘텐츠 공모전 참여수기 부문 수상작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임상시험 사랑 콘텐츠 공모전을 개최하여 임상시험의 참된 의의와 가치를 나누고 있습니다. 게재된 작품들은 임상시험 사랑 콘텐츠 공모전의 수상작들로, 소개된 사례나 경험이 전체 임상시험의 결과를 대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는 개발 중인 신약뿐 아니라 대조군에 해당하는 표준치료제 또는 위약만을 처방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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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임상시험 참여수기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서울대병원(CRC) 박유원님
임상연구에 새로운 환자가 의뢰되어 오면 환자 얼굴을 보기 전 선정/제외 기준에 적합한지 먼저 의무기록을 검토한다.
2010년 그날도 그렇게 연구 참여의뢰가 와서 검토를 시작했다. “음.... 여자 34세 유방암 첫 진단과 동시에 폐와 간으로 전이된 상태구나... 유방암 4기...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남은 시간은 2개월에서 6개월 사이라고 설명을 들은 상태구나... 충격이 상당히 큰 상태로 나에게 오겠네... 초등학생 딸아이도 있네....“ 기록을 보면서 깊은 한숨이 먼저 나오는 상황이다. 진단도 처음이고 항암도 처음인 상태에서 임상연구 참여를 2차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환자다.
처음 임상연구를 접하면 정말 다양한 반응들을 보인다. “내가 마루타냐?” 또는 ”내가 쓸 약이 없어서 이쪽으로 보낸 거군요.“ 또는 “어차피 이제 살날이 얼마 없는데 마지막으로 다른 환자들을 위해서 좋은 일 하지요 뭐” 자포자기 심정으로 오는 분들. 이 분은 어떤 심정으로 나에게 오고 있을까?
“자포자기 심정으로 오는 암 환자분들... 임상시험 참여를 위해 오는 분들은 어떤 심정으로 나에게 오는 걸까?”
상담실에 첫 진단과 동시에 유방암 4기를 선고받은 환자와 남편 그리고 친정 엄마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이 앉아있다. 다들 내가 어떤 말을 먼저 할지 두려움에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이미 한차례 눈물바다였는지 눈에는 미처 닦지 못한 눈물이 그렁그렁 하다. 가족들의 눈에서 눈물이 다시 흐른다. “아이가 고등학교 갈 때 까지 만이라도 살수 없을까요?”....
6년이란 시간이 흘러 결과부터 먼저 이야기 하자면 몇 년간의 항암치료로 그녀는 간과 폐에 있던 암이 CT상으로 더 이상 보이지 않아서, 최종 유방에 있던 암만 수술하고 현재는 항암을 할 이유가 없는 상태다. 기적 같은 일이다. 몇 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올 때마다 웃는 얼굴로 담소를 나누고, 딸아이가 잘 크는지, 친정 엄마는 잘 계시는지 이제는 환자의 안부보다 오히려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다. 가끔 자신을 꼭 빼닮은 고등학생이 된 딸아이 손을 잡고 같이 올 때도 있다. 이제 그녀는 딸아이가 대학가는 모습도 보고, 시집갈 때 같이 결혼준비도 하고. 알콩달콩 때론 아옹다옹 하면서 여느 집과 같은 삶을 살 것이다.
2007년 내가 임상연구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땐 내분비내과 소속이었다. 그때는 임상연구 참여에 대해 설명 할 때 자신도 없었을 뿐더러 설명 들으시는 분들의 반응도 차가웠다. 물론 과의 특성상 절박한 면에서는 종양내과와는 비교가 안 되는 상황이지만 정말 참여해달라는 부탁 혹은 호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2008년부터 종양내과로 옮긴 후 단 시간 내에 신약으로 암이 줄어드는 사례들을 많이 보면서 보람을 많이 느꼈다. 물론 4기에서 항암치료란 ‘생명연장의 의미’이다. 위와 같은 사례는 그 무수한 환자들 중에서도 몇 안 되는 기적 같은 사례지만 치료 전 2개월에서 6개월 선고 받은 환자들이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4년~5년씩 치료 받으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가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처음 임상연구 시작할 때와는 달리 지금은 오히려 환자와 보호자들이 임상연구 리스트를 검색해보고, 직접 신약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고 연락 오는 경우도 많다. 내가 몸담고 있는 종양내과는 그렇다. 유전자 검사 등의 의학기술이 발전되면서 표적치료제와 줄기세포 치료 면역 치료 등 다양한 치료방법들이 나오고 있다.
“지금 우리가 손쉽게 사용하는 소화제 등도 먼저 임상연구에 참여했던 환자들의 기여가 없었다면 지금의 결과도 없었을 것”
그렇게 다양한 치료약들과 치료방법들이 허가를 얻기까지 무수히 많은 임상연구 프로그램들이 있다. 종양내과에서만 해도 임상연구에 참여한 환자들 중에서 놀라운 결과들을 종종 접한다. 물론 임상연구에 참여한다고 해서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일반 표준 치료보단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있고, 환자에게 요구되는 것들도 많다. 연구를 위한 혈액검사도 많고, 연구를 위한 조직검사를 해야 하기도 하고, 병원 방문횟수도 많고, 치료 순서를 기다려야 하기도 하고... 지금 우리가 가볍게 사용하는 소화제, 해열진통제조차도 이렇게 먼저 임상연구에 참여했던 환자들의 기여가 없었다면 지금의 결과도 없었을 것이다.
최근에 신문기자와 임상연구에 대해 인터뷰 한 적이 있다. 의료진 말고, 참여했던 환자도 추천해달라고 해서 참여중인 환자 2~3명과도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후 임상연구 참여해서 좋은 점 중 하나를 듣고 놀랬다. 그 이유는 연구자 미팅 갔을 때 다른 나라 연구자들이 질문하는 내용과도 어쩌면 같은 내용이었다.
“임상연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환자와 의료진간에 라포형성, 즉 신뢰감”
치료를 받으며 제일 난감한 게 이런 저런 부작용이다. 상담을 하고 싶기는 하지만 3차 병원에 누군가에게 문의해서 오랫동안 이런 저런 상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를 비롯해서 옆에서 간호하는 보호자도 수시로 담당 간호사 또는 응급상황 시 24시간 콜번호로 전화해서 의사와도 상담할 수 있다. 내가 치료받는 동안 언제든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내 목소리만 들어도 컨디션을 파악할 수 있는 내 담당자가 있다는 것. 3차 의료기관의 담당 교수와 전임의와 연구 간호사가 한 팀이 돼 나를 챙겨준다는 그 안도감. 그런 점이 한번 임상연구에 참여했던 환자들을 다시 또 임상연구를 찾게 하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였다고 했다.
위와 같은 시스템은 병동에 입원한 환자에게는 적용되고 있긴 하지만, 외래 환자들에게는 적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임상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다른 일반 표준치료 받는 환자들보다 담당 연구자들과의 라포 형성이 더욱 더 끈끈하다. 그래서 이런 이유로 담당자가 설명하는 스케줄을 더욱더 잘 따르고, 그 결과 좋은 치료 효과들을 얻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이들은 임상연구에 참여한 환자 자신들...”
신약개발 임상시험은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방법의 변화는 있겠지만 사라지지 않는 필요한 과정이다. 임상시험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특히 종양이나 희귀질환에서는 가족들의 한 가닥 희망의 불빛이다. 나는 앞으로도 환자와 희망의 불빛 사이를 연결해주는 통로이고 싶다. 그래서 그들이 가족과 함께 웃으며 지낼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싶다. 그리고 좀 더 긴 안목으로 앞을 내다 봤을 때 진짜 희망의 불빛이며, 환자들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이들은 의료진이 아닌 임상연구에 참여한 환자 자신들이다.